노동일보 2001/11/22
임 춘 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동시에 누구나 늙는다. 그래서 무병장수는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그런데 현대문명은 장수라는 인간의 소망을 실현시켜 주었다. 이제 장수는 선진국이나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고 개도국이나 일반 서민들에게도 장수의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관점에 따라 특정한 장수의 기술이 일부 부유층에게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불공평의 시대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상대적인 관점을 잠시 접어둔다면, 현대인의 보편적 생명연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상상해 보자. 새천년의 신인류는 다름 아닌 인생 황금기인 60대 이상의 실버족이며, 생명공학의 발달로 1백세 청춘들이 거리를 활보할 것이며, 손자세대에 이르면 대부분 생일 케이크에 1백개의 초를 꽂게 될 그날이 멀지 않았다. 분명 꿈은 아니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것은 과연 축복인가?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인류는 역사상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인생의 각 시기가 지닌 의미도 달라지고 가족제도도 변할 것이다. 또한 여러 번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아져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도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가족해체도 심화될 것이며 결국 경제력이 없는 노인이 제거되는 21세기형 고려장이 나타날 수도 있다. 새롭다는 것은 이렇듯 늘 희망과 위험을 동시에 내포한다.
생명연장은 과연 축복인가, 아니면 고통인가. 멋진 신세계를 맞으며 치러야 할 대가를 줄이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제 고령화사회의 문제는 우리 모두 함께 짚어봐야 할 21세기의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 앞으로 등장할 장수사회의 과제는커녕 노인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도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나 늙으면 노인이 된다. 따라서 아무도 노인문제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 노인복지는 사회가 노인들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젊은 날의 근로에 대한 노년의 보상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에서부터 출발한다.
`뛰는 고령화 기는 노인복지'에 대해 이제는 정부가 노인에 대한 관심을 보여야 할 때가 되었다. 노인복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부처간 연계 없이 추진되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인복지관련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조정·추진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민관 협동의 `노인보건복지대책위원회'라든가 대통령 직속으로 `노인복지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두고 `수명 1백세 시대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고령화사회에서 노인이 질적으로 향상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중장기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
뒷날 노인문제로 인해 분명 낭패를 당하게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고령자들은 분명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기 십상이며, 이들에 대한 아무 대비가 없다는 말은 앞으로 고령인구를 부양하게 될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큰 고통을 지우겠다는 말과도 같다.
그래서 노인복지는 현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이다. 고령화사회를 대비한 노인복지정책을 국민적 관심 속에서 재정비하고, 생산력 위주의 경제이념 이면에 가려진 노인복지의 문제를 이제는 꺼내어 이야기해야 한다.
임춘식 교수는 경희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중국문화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인복지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 `노인문제와 노인복지', `고령화사회의 도전' 등이 있다.
2002-02-21 09:34:32

